여행 후기
포르투갈 찍고 모로코 돌아 스페인을 가다 (상세리뷰 포함)
김*호 님
2023.12.08
조회 444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당초 여행 프로그램은 10박12일 이었지만 귀국당일 항공 스케쥴이 갑작스럽게 취소 되는 바람에
강제 1박이 추가되어 11박 13일 짜리 여행이 되었죠.
아래는 바로 그 13일간의 여행에 대한 후기입니다.
[1]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리뷰 (여행기간, 방문지 구성, 옵션, 숙박과 식사, 가이드와 인솔자)
1. 여행기간
통상의 3~4개국 순방 패키지 여행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 방문지에 배분된 시간은 좀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어요. 정신없이 가이드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뭘 봤는지도 모르는 곳이 있었는가 하면, 뭘 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곳도 있었어요. 일정을 빽빽하게 짜 놓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못 받고, 그런 이유로 차고 넘치게 채워 놓은 방문지를 다 돌려면 결국 수박 겉핥기 식 관광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소비자들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근 국가를 묶어 놓고 방문지간 이동은 주로 버스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차 타는 시간이 매우 깁니다.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관광시간 보다 훨씬 더 긴 만큼 튼튼한 백본과 이동간 즐길 거리(음악, 영화 등)를 단단히 준비해 둬야 합니다.
2. 방문지 구성
볼거리가 많은 스페인 체류기간을 길게 잡은 것은 당연하지만 포르투갈 방문지를 리스본 1개 도시로 한정한 것은 아쉬움이 남네요. 와인 산지로 유명한 포르투 정도는 포함시켜 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솔직히 스페인 마지막 일정은 너무 느슨해서 ‘이럴 거면 앞 일정을 왜 그렇게 태풍 몰아치듯 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모로코… 모로코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20%가 부족해 보였어요. 모로코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두 번쯤 들어봤을 유명 관광지만 쫓아다니는 패키지 여행의 특성상 모로코는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얘기입니다. 차라리 현지인들의 삶 깊숙이 들어 가 보는 체험형 상품으로 전환하고 패키지가 아닌 매니아 위주의 소 편성 관광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이 아니면 아프리카 땅을 밟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모로코가 포함된 상품을 선택했는데요, 저와 같은 생각이 아니시라면 스페인, 포르투갈을 보다 충실히 보시는 게 훨씬 나을 듯합니다.
3. 옵션
금번 상품은 옵션이 너무 많은 점이 흠이었어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옵션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것도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옵션을 선택한 분들 위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선택하지 않은 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왕에 자유시간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뭐 좀 볼거리라도 있는 곳에 풀어 놓으셨으면 좋겠어요. 별것도 없는 곳에서 커피만 홀짝이면서 기다리게 만드는 건 좀…. 이 점은 가이드의 재량에만 맡길 게 아니라 상품기획자가 개입하여 확실한 개선을 해야 할 것입니다.
4. 숙박과 식사
크게 불편하지만 않다면 굳이 여행 나가서 숙박지를 탓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불만은 없었어요.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빈대가 창궐하는 시기인만큼 바닥이 카페트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숙박지가 가성비 위주의 호텔로만 구성되어서인지 바닥은 전부 타일 아니면 인조 대리석이었습니다. 위생상 차라리 잘 된 거죠. 빈대에 대한 우려를 배제하더라도 원가절감에 시달리는 패키지 상품임을 감안하면 잠자리는 적당히 잘 제공된 것 같습니다. 일부 호텔에서 난방이 잘 안된 것은 흠이긴 했으나 한 겨울이 아니라서 이불 잘 덮고 자니까 많이 춥지는 않았어요. 참, 그리고 스페인은 물 때문인지 욕조가 극도로 미끄럽습니다. 가볍고 부피가 적은 고무 슬리퍼를 준비해 뒀다가 샤워할 때 욕조안까지 신고 들어 갈 것을 권장합니다.
한두 번 휴게소에서 먹은 것을 제외하면 식사도 꽤 괜찮았습니다. 가능하면 특유의 현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고, 매 끼니 맛도 좋았어요. 한국음식이 너무 자주 제공되지 않은 것 또한 맘에 들었어요. 매일 먹는 쌀밥을 굳이 해외 나가서까지 먹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현지 특식을 제공하는 대신 돈을 더 받는 상품도 있는 만큼 식사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5. 가이드와 인솔자
패키지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두 사람. 바로 가이드와 인솔자입니다. 먼저 가이드. 이번 여행의 가이드는 경험이 많은 분으로서 해박한 역사지식과 여행지 정보로 미처 공부를 덜 한 상태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스토리텔링에도 능해서 볼거리와 그 뒤에 숨은 얘기들을 잘 결합시켜 주셨습니다. 덕분에 여행에 따른 경험이 훨씬 더 깊고 풍부 해졌죠. 또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 일정을 거의 100% 무사히 소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만 옵션 비선택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점, 전투적 행보 때문에 걸어 다니면서 구경한 것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점 (일정준수와 상충된다는 것은 알지만)은 재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으로 인솔자. 인솔자의 ‘역할과 책임’은 출국부터 귀국까지의 여정 중 여행객들의 안전과 편익을 도모하는 것이죠 (전문 여행사에서 정의하는 Roll & Responsibility는 저와 다를 수 있겠으나 여행객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임).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다행이도 우리 김태용 인솔자는 그 역할을 충실히 완수해 주셨습니다. 특이하게도 이번 여행중에는 정말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일들이 ①여행지 도착 당일 캐리어 분실, ②여행중 핸드폰 분실 2회, ③샤워 중 욕실 낙상사고, ④귀국편 항공기 결항입니다. 인솔자가 여행 전 사전공지 및 여행 중 안내를 통해 분실사고 주의, 안전사고 주의를 수없이 당부한 바 있었으나 항상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죠. 따지고 보면 여행객 본인이나 항공사 귀책으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열정과 패기에 가득찬 김태용 인솔자는 본인 일처럼 나서서 하나 하나 해결해 주시더군요. 그분의 노력 덕분에 거의 모든 일들은 잘 해결 (핸드폰 분실 1건은 분실장소가 어딘지도 몰라서 영구미제로 남을 듯) 되었고요, 자칫 나쁜 기억으로 얼룩질 뻔했던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가이드 보조, 사고수습, 호텔방 교체, 타월 심부름, 식사시 반찬추가, 물 심부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재롱잔치 등등 저런 것까지? 싶은 것들도 묵묵히 해 내더군요. 연장자, 여행객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 하는 것 같던데요, 덕분에 편안~한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책임을 스스로 본인 어깨에 지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객들을 나태와 이기로 빠뜨릴 수 있거든요. 하여튼, 인성과 인내력이 여간 좋지 않다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될 극한 직업이 인솔자 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
[2] 일자별 여행 후기
인천 출발 후 현지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리스본에 도착해서 곧바로 1 박. 다음날 달려 간 곳은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는 벨렘지구였습니다. 에두아르도 7세 공원을 필두로 벨렘탑, 발견 기념비, 제로니무스 수도원 (제로모니스 아님. Mosteiro dos Jeronimos) 까지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볼거리들을 두루 구경했고 명품거리 로시우는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갔습니다. 선택상품인 툭툭이를 타고 리스본 언덕 골목길을 구경했는데요, 툭툭이 승차는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차라리 걸어 다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이후 유럽 대륙의 서쪽 끝 까보다로까에서 대서양을 잠깐 조망하다가 곧장 파티마로 향했습니다. 이미 날이 저물었지만 호텔에 짐만 맡겨두고 파티마 대성당을 방문했는데 성모 발현 성지라 그런지 현대에 지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장엄하고 경건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후 그곳에서 1박.
다음날 일찍 국경을 넘어 스페인 세비야로 향했습니다. 역사의 고장답게 세비야는 볼거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콜롬버스의 무덤이 있는 세비야 대성당은 물론이고 오리지널 스페인 광장, 마리아 루이사 공원, 황금의 탑 그리고 최근에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파라솔까지, 세비야는 작은 골목길까지도 아기자기 사랑스러웠습니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을 마차로 구경했는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큰 동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싫으신 분들께는 추천 드리지 않아요. 역시 선택상품인 플라맹고 공연은 너무 기대를 많이 가져서 인지 그만큼의 감흥은 없었네요. 게다가 관람석 배정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납니다. 노랑풍선 손님들은 젤 귀퉁이 좌석으로 몰아 놓았더라구요. 일부러 돈 쓰려고 가는 게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이왕 쓰는 돈, 기분 좋게 써야 하는데요… 가이드님 반성 좀 하시기 바랍니다. 세비야에서 1박.
아침 일찍 일어나서 향한 곳은 지브롤터였습니다(선택상품). 지브롤터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는데요, 스페인 땅에 있으면서 영국령인 점부터 범상치 않았고 원래 방어진지로 구축된 곳이다 보니 타리파 절벽을 따라 구비구비 이색적 풍광이 펼쳐 졌습니다. 해협 너머 저 멀리 아프리카 땅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고 잘 개발된 석회동굴과 절벽에서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들을 만나볼 기회도 얻었지요. 지브롤터를 방문함으로써 이번 여행은 3국이 아니라 4국으로 늘어나는 이득(?)도 보았죠. 이후 모로코로 건너가기 위해서 페리를 탔습니다. 페리는 넓고 비교적 쾌적했습니다. 1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활짝 트인 바다도 보고 맥주도 마시면서 기분 좋은 휴식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프리카 땅 탕헤르에 도착했더라구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려서 늦은 밤 도착한 곳은 모로코 카사블랑카였습니다. 때늦은 식사를 하고 바로 취침.
다음날 새벽 어스름에 하산 메스키다 모스크를 펜스너머 먼 발치에서 15분 정도 구경하고 곧장 페스를 향해 출발. 페스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빛의 속도로 통과하고 가죽 염색공장으로 직행했는데요, 염색공장 선택을 잘 못 했는지는 몰라도 TV에서 봤던 색색깔로 알록달록한 염색조는 온데간데없고 칙칙한 회색 일색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모로코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받은 쉐프샤우엔으로 갔으나 도착 후에도 그곳이 일명 파란마을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 이었어요. 집의 극히 일부분만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산토리니의 온통 새하얀 풍광을 기대했던 설레임은 사정없이 무너졌습니다. 직후 다시 호텔가서 숙박. 결국 모로코 2박 동안 모스크 1개, 골목길 1개, 염색공장 1개, 시골마을 1개를 본 게 전부였네요. 모로코는 허무한 볼거리도 문제지만 방문지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동시간이 매우 길고 당연히 피로감도 극심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은 이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때 아니면 또 언제 아프리카를 방문 하시겠습니까… 내 마음 나도 몰라요…
다음날 페리를 타고 다시 스페인으로 복귀.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스페인 내전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론다 였어요. 전쟁의 참상에 대한 끓어오르는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죠지 오웰의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역사의 현장 누에보 다리도 직접 건너보았습니다. 절벽 밑으로 가는 길은 유료였는데 1인당 5유로를 주고서도 완전히 밑바닥까지는 못가게 돼 있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론다 길거리 관광도 재미 있었어요. 아내와 함께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걷다가 해골 인형 한 개를 샀는데 지금 책장위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고 있습니다. 론다는 아픈 역사와는 별개로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과 달리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별 기대를 안하고 갔던 론다. 하지만 깊은 감동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후 차를 달려 간 곳은 그라나다 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 아내와 함께 호텔 주변에 있는 바에서 그라나다 특산품인 알함브라 맥주를 마셨는데 스파클링 와인과 맥주를 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맛이었어요. 함께 먹은 올리브 절임과의 궁합이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그라나다 사람들은 이방인에게도 참 친절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호텔 복귀 후 개인적으로라도 알바이신 야경을 보고 올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버렸는데 지금도 아주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노랑풍선은 왜 야경관광을 빼 버렸을까요?
다음날 알함브라 궁전 내부를 관람했는데요, 알함브라는 기대와는 달리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허물어졌고 복구도 덜 된 상태였어요. 하지만 헤네랄리페 정원과 카를로스 5세 궁전, 주변 성곽 등을 직접 눈으로 본 느낌은 TV 와는 역시 다르더군요.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함은 없어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색적 장식이 단연 돋보였어요. 성곽 위에서 바라본 알바이신 지구는 고색창연 했습니다. 야경으로 봤더라면 더욱 환상적이었을 것을…여러분들은 숙소탈출을 꼭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후 차를 타고 간 곳은 고도 톨레도. 산토토메 성당에서 천지창조, 최후의 만찬과 함께 세계 3대 성화로 손꼽히는 엘그레코의 명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을 본 후 웅장하고 화려한 톨레도 대성당 내부를 관람했습니다. 그곳에서 운좋게도 성가대의 합창을 듣게 되었는데요,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성스러운 대성당 내부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져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더군요. 겨우 감정을 추스리고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세고비아. 그리고 또 1박.
날이 밝기도 전에 4륜차를 타고 너른 들판으로 이동했어요. 꼭두새벽부터 찬 바람부는 들판으로 나선 이유는? 바로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열기구 탑승은 이번 여행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늘 위에서 본 세고비아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발 아래로 너른 들판과 오래된 성당과 집들, 그리고 아름다운 알카사르성 까지. 지금도 그 모습들이 생생히 기억 납니다. 바로 옆 아내 모습이 더욱 예뻐 보이더군요. 아직 안타보신 분들은 꼭 타세요 꼭. 세고비아 알카사르성은 디즈니가 매직킹덤을 만드는데 영감을 줬다고 하는데 독일에도 그렇게 주장하는 성이 있죠? 노이슈반슈타인성이라고. 어떤게 진짜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예쁜 성 임에는 틀림이 없었어요. 이후 로마 수도교도와 세고비아 대성당도 구경했습니다. 세고비아 대성당은 그 세련된 모습 때문에 대성당 중의 귀부인이라고 불린다는데 아쉽게도 입장은 못했어요. 미사를 보는 주민들만 입장하도록 성당 청년들이 통제하고 있더라구요. 나도 카톨릭신자라고 얘기할까 하다가 민폐끼치기 싫어서 포기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차를 타고 달려간 곳은 마드리드 !
마요르광장의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굉장히 큰 규모였는데 그 넓은 곳을 전세계 관광객이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너무 많은 주의를 듣는 바람에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소매치기로 보였다는…
이후 방문한 곳은 대망의 프라도 미술관. 미술관 체류시간이 딱 한시간 밖에 되지 않은 점은 크게 실망스러웠으나 결과적으로 그리 허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가이드님의 안내 때문이었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동선 하나 흐트러짐 없이 프라도가 자랑하는 명화 중의 명화만 딱딱 뽑아서 약 20점 정도 해설을 곁들여서 보고 나왔는데, 느낌은 미술관 전체를 다 보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 부각되는 순간이었죠. 가이드님 감사합니다. 마드리드 번화가인 그란비아 거리는 포르투갈 로시우 거리처럼 차를 타고 구경하면서 지나 갔습니다. 명품 쇼핑을 현지인들처럼 하고 싶은 분들은 이 점 참고하시고 쇼핑은 인천공항에서 끝내시기 바랍니다.
이후 차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려서 겨우 도착한 곳은 사라고사. 원래는 사라고사 도착 직후 숙박 예정이었는데 가이드의 운영계획 변경에 따라 저녁식사 직전과 직후에 잠깐씩 필라르 대 성모 성당을 외관만 구경했습니다. 성당 앞으로 폭넓은 강이 흐르는데 고도의 불빛과 어우러져 강물에 비쳐진 성당의 모습은 천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어요. 찬찬히 다시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꾹 참고 숙소로 가서 다시 1박. 로마시대때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성곽외벽은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면서 5초간 구경.
원래 일정상에는 필라르 대 성모성당과 몬세라트 수도원을 방문하는 날이었지만 필라르 성당은 전날밤 이미 구경을 했고 수도원 방문도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그리고 곧장 바르셀로나 관광에 돌입했죠. 첫 방문지는 구엘 공원. 알록달록한 타일로 장식된 건축물들을 보니 카메라에 손이 절로 가더군요. 하지만 구엘 공원의 상징 도마뱀 앞은 이미 인파로 바글바글 했어요. 좀 멀리 떨어져서 우리 부부 두사람 머리랑 도마뱀만 겨우 집어넣고 사진을 찍었어요. 역시 가우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다음 방문지는 당연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직도 건축중인 성당은 가우디의 대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성당의 일부만 가우디 설계로 지어졌고 나머지는 가우디의 디자인 정신을 계승한 후계자들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성당 전체로 볼 때, 군데군데 약간은 언밸런스한 점이 눈에 띄었고 성당 내부도 어쩐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세 대성당에 가득 채워져 있는 현란한 예술작품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자연에서 차용해 온 곡선으로 이루어진 필라와 천정, 현대적 감각의 스테인드글래스 등 옛 건축물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미학이 반영되어 있어서 가우디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일행은 성당 뒤편의 작은 공원으로 이동했는데 성당과는 제법 큰 연못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성당 전체 모습을 조망하기에 그저 그만이었어요. 작품사진을 원하신다면 꼭 가 보시기 바랍니다. 저녁에는 선택관광으로 바르셀로나 야경 투어에 나섰는데 바르셀로나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와 이면 골목에 숨어있는 중세 성곽의 잔재를 구경하고 해산물과 포도주를 맛보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전세버스에서 하차한 곳과 투어 목적지간 거리가 꽤 있어서 잰 걸음으로 내 달려야 했고 그러다 보니 한가롭게 밤거리를 쏘 다니는 것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 돼 버렸습니다. 이왕 람블라스 거리를 갈거라면 까사 바티요나 까사 밀라 구경이나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노랑풍선 관계자분은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방문한 곳은 베네딕트 수도원 입니다. 험준한 몬세라트 바위산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꼭대기에 수도원이 숨어 있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앙생활을 하기에는 역시 산속이 딱 인가 봅니다. 잠시 수도원 외관을 구경하다가 수도승들이 사색을 하면서 걸었을지도 모르는 작은 길을 따라 산 정상까지 올라 갔어요. 정상에는 큰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본 주변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꼭 올라가 보세요. 다음으로 간 곳은 몬주익 언덕. 언덕 정상에는 카탈로니아 국립 예술 박물관이 있었는데 유럽 박물관 답게 외관이 수려했습니다. 박물관 앞으로 분수가 있었는데 바로 그곳이 세계 3대 분수쇼인 몬주익 분수쇼가 벌어지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분수쇼는 고사하고 물 한방울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그 근처에 현재 무기 박물관으로 쓰이는 몬주익 성이 있다던데 가이드로부터 안내도 못 받았어요. 뭐 그런거죠… 언덕 아래로 바르셀로나 시내 풍경이 잘 보였습니다. 멀리 성가족 성당도 보였어요.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던 스테디움입니다. 스테디움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고요 바로 올림픽 영웅 황영조 선수의 발자취를 보기 위함이었는데요,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돌멩이 조형물만 잠깐 보고 말았습니다. 왜 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다음은 옵션상품인 유람선 투어. 바르셀로나 해안선을 따라 관광을 하는 것인데 대낮이라서 그런지 보트 투어가 주는 낭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패키지 여행중 아내랑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유일하게 좋은 점이었네요. 유럽 여행은 뭐든지 밤에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로써 모든 공식 여정이 끝났어요. 호텔에 돌아오니 갑자기 뭔가 아쉽더군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까사 바티요 입니다. 그 앞은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어요. 가우디가 지은 예쁜 집은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시시각각 그 모습을 달리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결국 입장료를 내고 내부관람까지 했습니다. 영원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까사 밀라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여서 외관만 구경하고 호텔로 복귀 했어요. 로비에서 축구 보면서 맥주 마시고 꿀잠 잤습니다. 진짜로 여행이 끝났습니다. 후기를 적다 보니 당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르네요. 끝으로 이번 여행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충청도에서 오셔서 여행 내내 유쾌한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셨던 두 친구 내외분들께는 더욱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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