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역사해설가 최성근 팀장님과 마음씨 따스하고 배려심이 많은 이들과 함께 한 튀르키예 여행
유*종 님
2025.09.28
조회 189
인생2막을 준비하며 떠난 7박9일 튀르키예 여행, 패키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이동과 복잡한 교통문제 등으로 선택했지만, 결론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일정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아니라 역사 속으로 이끌어주는 해설자인 최성근 팀장님을 만난게 최고의 행운이었다.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해 줄 뿐 아니라 여행 내내 고객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로 무탈하게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또한, 이해와 배려심이 많은 일행분들과의 교감으로 소중한 인연까지 맺을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앞에서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수천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숨결을 생생히 들려주었고 에페소스 유적지에서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해했노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깊이 있는 설명으로 고대 문명의 숨결을 생생히 들려 주셨습니다. 또한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앞에서는 단순한 건축물 감상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제국의 흥망성쇠와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곱씹게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 일정 속에서도 늘 밝은 미소와 진심 어린 안내로 우리 일행을 이끌어주셨고, 불편이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세세히 살펴주셨습니다. 때론 힘든 일정이었지만 그 모든 길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동반자가 곁에 있었기에 우리는 오롯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튀르키예 여행은 화려한 풍경과 웅장한 역사를 넘어, 진정성 있는 한 사람의 헌신 덕분에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최성근 팀장님의 깊은 지식, 성실한 태도, 그리고 따뜻한 배려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튀르키예의 유적과 풍경은 사진으로 담겼지만, 최성근 팀장님의 헌신은 우리의 마음에 담겼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여행객들이 최성근 팀장님을 만나 저와 같은 경험으로 진짜 여행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일자별 여행 기행문]
♤1일차 기행문♤
새벽 03시 20분, 아직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있는데 나는 분주히 하루를 열었다. 정년을 앞둔 지금, 이 여행은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01시 25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한 시간 지연되었고, 긴 비행 끝에 17시 20분경 마침내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공항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고, 입국 수속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빠르게 끝났다. 그러나 첫 순간부터 세상은 여행자를 시험하듯, 공항 ATM기에서 무려 14%의 수수료를 떼어내는 ‘눈탱이’를 맞았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통과의례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려선 순간, 공기가 달랐다. 바다 냄새와 이국적인 향신료 향이 섞여 공기를 감싸고 있었다. 낯선데도 왠지 익숙한, 처음인데도 오래전 기억 속 어딘가에서 맡아본 듯한 향기였다. 차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유럽 같기도 하고 아시아 같기도 했다. 두 대륙이 동시에 눈앞에 겹쳐 보이는 듯한 그 장면은, 마치 지금의 나—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내 인생의 갈림길—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거리의 활기, 사람들의 표정, 오래된 석조 건물 위로 걸린 현대적인 간판들. 서로 충돌할 것 같은 요소들이 묘하게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 ‘삶이란 본래 모순과 대립의 조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취와 상처, 기쁨과 피로가 뒤엉켜 있는 나의 1막의 삶처럼.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고, 또 다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도시가 건네는 듯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내 안에서 울린 건 단순한 여행의 설렘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도시의 초대장이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물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순간, 마음은 무겁고도 가벼웠다.
이제 나는 삶의 2막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것은 여행이자 선언이며, 또 다짐이다. 낯설고 두렵지만, 동시에 친근하고 설레는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오늘, 이스탄불에서 시작되었다.
♤2일차 기행문♤
후진버스가 아닌 벤츠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전날과 달리 출발부터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시차 탓에 새벽 3시부터 깨어 있었지만, 오히려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07시 15분 집결 후, 07시 20분 정시에 출발했다. 이른 시간 덕분에 붐비지 않는 길을 따라 여유롭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에르 로티 언덕. 언덕 위에서 바라본 성 소피아 성당과 골든혼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그동안 매체로만 접하던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어 도착한 발랏 지구에서는 골목마다 특색 있는 건물들을 배경 삼아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노점에서 석류주스를 한 잔 들이켜니, 여행길의 피로가 달아나는 듯했다.
점심은 닭볶음탕과 비슷한 요리였다. 한국인의 입맛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행 중 식사는 기대보단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는 다짐대로 즐겁게 맛보았다.
오후에는 폰투스 산맥을 넘어 베이파자르로 향했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전통 가옥들을 둘러보고 시장도 구경했는데, 바람이 불자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 몸은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그 감각마저 특별한 추억으로 남겼다.
저녁에는 숙소인 리조트에 도착해 석식을 마친 뒤 휴식을 취했다. 숙소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자고 쉬는 데 큰 불편이 없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평온한 마음임을 다시금 느낀다.
♤3일차 기행문♤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었지만, 여행길에선 새벽마저 설레는 시간이다. 5시에 간단히 조식을 마치고, 6시 정각 투즈괼 소금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앙카라를 지나는 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혔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 07시 40분쯤 차량이 펑크 나는 돌발 상황이 터졌다. 낯선 도시에 발이 묶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계획에 없던 골목길과 구석구석을 걸으며 예상치 못한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이란 결국 변수의 연속이지만, 그 변수가 만들어내는 작은 선물들이야말로 길 위의 참맛이 아닐까.
잠시의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마침내 발걸음은 오래전부터 가슴에 담아두었던 땅, 카파도키아에 닿았다. 말로만 듣던 그 이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순간에 언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신이 흙과 바람, 불과 시간을 빚어낸 거대한 작품 ― 그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했다.
우치사르 성채에 오르니 카파도키아 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끝없이 이어진 바위와 계곡이 바람결에 빚어진 듯 신비로운 형상을 하고 있다. 파샤바 계곡에 들어서면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는 기암들이 숲처럼 늘어서 있다. 자연이 수백만 년 동안 새겨낸 조각품들 앞에서 그저 넋을 잃고 감탄할 뿐이다. 이 땅이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해가 저물 무렵, 석식 후 준비된 밸리댄스 공연에 가지 않고 이날의 마무리는 괴레메의 야경이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가라앉고, 밤하늘 별빛 아래 고즈넉이 빛나는 마을 풍경은 또 다른 장관이었다. 낮의 경이로움이 신비였다면, 밤의 괴레메는 낭만 그 자체였다.
카파도키아, 그 이름은 이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새겨진 풍경이 되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대지와 그 위를 거니는 지금의 내가 한순간 교차하는 곳. 여행의 변수는 나를 이곳에 데려왔고, 그 변수는 결국 또 하나의 축복이었다.
♤4일차 기행문♤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동하려는 순간, 집사람이 조식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에 가방을 두고 온 것. 그야말로 순식간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다급히 로비로 내려가 보니, 다행히도 가이드가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짧은 소동으로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덕분에 여행이란 늘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상황 종료.
이날의 여정은 데린쿠유 지하도시에서 출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 깊은 공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수천 명이 생활했다는 흔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이어 토루스 산맥을 넘어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척박해 보이지만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고지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상상조차 못했던 크기의 베이쉐이르 호수(‘남자도시호수’)는 장시간 이동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안탈리아. 터키 남부의 지중해와 맞닿은 이 도시는 이름 그대로 낯섦과 설렘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도심에 자리한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고대 로마의 숨결을 지금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그 아치형 문을 통과하는 순간,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진 올드타운 골목길은 이국적인 향기와 고풍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석조 건물과 나무 발코니가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히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수준을 넘어, 삶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안탈리아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바다와 도시의 풍경에 있지 않았다. 새로움에 설레고, 낯섦 속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힘,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이곳에서 마주하는 진짜 아름다움일 것이다. 색다름이 더 이상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는 순간, 여행의 흥미는 끝나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가 여전히 신선하고 새롭기에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간다.
다만 아쉬운건 바람으로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못탓디라는 것, 아쉬운데로 파묵칼레를 기다려본다.
♤5일차 기행문♤
새벽 3시.
여명이 밝아오기엔 아직 이른 시각이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선 기상해야 했다.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선택권은 많지 않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는 없고, 일어나는 길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 패키지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일 것이다.
안탈리아 유람선 투어에서 바라본 지중해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빛줄기가 수평선을 가르며 솟아오를 때, 나는 어느새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다음 일정인 올림포스 산 케이블카는 다행히 이번 일정에서 여러 개의 선택관광 중 유일하게 포기항목이다. 이유는 단 하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작은 쉼표를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용히 산책하며 차 한 잔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튀르키예 패키지여행의 관건은 단연 선택관광이다. 강제된 흐름이 불편하다면 자유여행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엔 이 선택 덕분에 특별한 하루를 가질 수 있었다.
점심으로 맛본 양갈비는 압권이었다. 국내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풍미가 깊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훌륭한 식사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후 Hierapolis로 이동해, 작열하는 태양을 뚫고 라오디기아 유적을 찾았다. 아직도 많은 진실이 파헤쳐져야 할 역사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문득 떠오른 건 사도 요한의 질책이었다. ‘찬물도 아니고 뜨거운 물도 아닌 미지근한 자들’에 대한 경고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내 삶의 순간순간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이었다.
이어 찾은 파묵칼레의 석회암 지대는 기대보다는 덜 웅장했다. 너무 큰 기대 탓이었을까? 그럼에도 이국적이고 색다른 경험임에는 틀림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뒤 저녁은 외부 식당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또다시 양고기를 즐겼다. 그 자리에서 인연은 더 깊어졌고, 복귀 후 밸리댄스 공연까지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6일차 기행문♤
새벽녘, 조심스레 품었던 기대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 파묵칼레에서의 열기구 체험이 가까스로 성사된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장대한 풍광만큼은 아니지만, 하늘 위에서 마주한 순간은 충분히 황홀했고,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계와 겸허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체험을 안고 돌아간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었다.
패키지여행의 숙명 같은 일정, 아웃렛 쇼핑도 이어졌다. 옷과 이불 몇 벌을 고르며 귀국 후에도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본다. 경험상 유럽에서의 쇼핑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으니 이번에도 그러리라 기대해본다. 이어진 가죽 매장 방문에서는 패션쇼 같은 런웨이까지 감상하며 고급스러운 제품들을 접했지만, 과한 욕심은 잠시 눌러두었다.
그리고 맞이한 에페소스.
“왔노라, 보았노라, 이해했노라.”
그 옛 영광의 도시에서 웅장한 유적들을 마주하니, 마치 고대인들의 숨결이 여전히 흐르는 듯했다. 테라하우스와 장대한 도서관이 존재했던 그 시절의 화려한 삶이 아스라이 겹쳐졌다. 최성근 프로님의 깊은 역사지식이 더해져 그 장면은 더욱 생생히 살아났다.
뒤이어 찾은 사도 요한의 무덤은 단순한 유적을 넘어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한편, 시린제 마을에서는 달콤한 아이스와인 한 병을 챙기며 소박한 기쁨도 더했다.
길고도 풍성했던 하루의 끝은 마니사 힐튼 호텔.
세계적인 체인 호텔답게 품격이 남달랐고, 지난 닷새간 머물던 숙소들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동행들과 가볍게 나눈 맥주 한 잔은 여행의 피로를 풀어내고, 함께하는 여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 7일차 기행문 ♤
새벽 03시 30분, 아직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시각에 눈을 떴다. 촉박한 일정은 여명의 빛을 즐길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고,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05시 50분, 마니사를 떠난 버스는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어두운 거리를 달린다. 창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은 황금빛 곡식이 출렁일 듯한 옥토의 땅, 가도 가도 평지의 연속이다. 이 광활한 풍경은 마치 대제국의 터전을 미리 그려놓은 듯, 오스만 제국의 기개를 예감하게 한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오스만 제국의 첫 수도, 부르사. 실크로드의 중요한 기착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 도시는 단순한 행정 중심지를 넘어 제국의 상징과 같은 위상을 지녔다. 오스만의 창시자 오스만 가지와 그의 아들 오르한 가지의 묘소 앞에 서니, 작은 봉분 너머로 제국의 서막을 열었던 두 인물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름 없는 초원의 전사가 제국의 기틀을 세우고, 그 유산이 오늘날까지 터키의 심장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을 자아낸다.
부르사의 상징, 울루자미 모스크는 그 위용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20개의 돔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곡선과 내부에 가득한 이슬람 서예의 장엄한 아름다움은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웅변한다. 잠시 눈을 감으니, 천년 전 예배자의 기도 소리가 은은히 메아리치는 듯하다.
이후 맛본 부르사의 소고기 케밥은 피로를 녹이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여행길의 허기를 단번에 달래주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우리는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보스포러스 제2대교를 건너 대륙과 대륙을 잇는 관문, 이스탄불로 향했다. 그러나 유서 깊은 도시답게 이스탄불의 교통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가득한 정원’은 오스만 제국 말기의 화려한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서양식 궁정 문화와 이슬람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그 화려함 속에는, 찬란했던 제국이 서서히 막을 내리던 역사의 아이러니가 배어 있었다.
여정의 마지막은 지하에 숨겨진 경이로운 세계, 예레바탄 지하 저수지였다. 숱한 돌기둥들이 어둑한 물 위에 반사되어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내고, ‘메두사의 머리’ 기둥은 고대와 제국의 시간을 한데 엮어내고 있었다.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오늘 하루는 제국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에 숨겨진 인간의 꿈과 한계를 동시에 마주한 여정이었다. 부르사에서 이스탄불까지, 천 년의 시간을 달려온 듯한 오늘의 길은 내 기억 속 가장 깊은 층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8일차 기행문♤
선물의 집에 잠시 들러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기념품을 고르며, 이번 여정의 끝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하이라이트는 그 뒤에 찾아왔다. 이스탄불의 심장부, 오스만 제국의 찬란한 역사를 품은 건축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마주한 블루 모스크(아흐메드 2세 모스크). 푸른 이즈니크 타일이 가득한 내부는 신앙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슬람의 정수와 제국의 자부심이 빛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곁의 성소피아 성당은 한층 더 압도적이었다. 비잔틴 제국의 영광과 오스만 제국의 위엄이 서로 교차하는 그 공간은 인류 문명의 거대한 교차로와도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모자이크와 돔, 그리고 천년의 흔적은 말 그대로 ‘역사의 교향곡’이었다.
이어 방문한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 영광의 상징이었다. 제국의 권력과 화려함, 그리고 숱한 비밀들이 얽힌 하렘까지 직접 눈으로 마주하니, 그동안 책과 그림 속에서만 상상하던 세계가 현실로 눈앞에 확 펼쳐졌다. 다만 짧은 관람 시간과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그 무게감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그 감흥을 곱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 이리도 웅장했던 오스만 제국의 영광은 이제 어디로 갔단 말인가?” 궁전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이런 물음을 던졌다. 제국의 시간은 흘러갔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오늘의 이스탄불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못내 아쉬운 마음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이번 여정을 통해 내가 만난 풍경, 역사, 그리고 사람들은 오래도록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특히 새벽부터 밤까지 동행하며 세심한 배려와 풍부한 지식으로 길을 이끌어준 최성근 가이드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의 안내가 없었다면 이 여행의 깊이와 감동은 결코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작별의 순간. “튀르키예여, 안녕! 그러나 언젠가 다시 만나자.” 미련을 뒤로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행은 끝났지만, 내 안에서 시작된 또 다른 여행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녀오신 상품
해외패키지
유럽
튀르키예 일주 9일 OZ #특급호텔(월드체인3박) #11대특식 #3대옵션 #VIP버스
후기가 도움 되었나요?
5관련상품
-
해외 패키지TOP PICK
튀르키예 일주 9일 KE #TOP PICK #비즈니스 #노팁 #오션뷰 객실 UP#국내선1회
2025.12.10 ~ 2026.07.04 6,199,000 원~ 출발일 보기 -
해외 패키지
튀르키예 일주 9일/10일 EY #전일정 특급호텔(월드체인2박) #인솔자동행 #3대옵션
2025.12.17 ~ 2027.01.07 999,000 원~ 출발일 보기 -
해외 패키지
튀르키예 일주 9일 KE #특급호텔(월드체인3박) #3대옵션 #11대특식 #시데 #콘야
2025.12.10 ~ 2026.11.07 1,599,000 원~ 출발일 보기 -
해외 패키지
튀르키예 일주 9일 OZ #특급호텔(월드체인3박) #11대특식 #3대옵션 #VIP버스
2025.12.09 ~ 2026.11.08 1,299,000 원~ 출발일 보기
| 이전 글 | 🇹🇷여행만족도200%!!! 국민효녀등극🥰최성근팀장님 최고👍 |
|---|---|
| 다음 글 | 피터팬이 되는 튀르키예 일주~ |